콘텐츠업계에서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트랜스미디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성공작도 있지만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10부작 드라마로 방영 중인 JTBC 토요스페셜 ‘알고있지만’은 첫회 시청률 2.2%로 시작해 2회부터는 1%대 시청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원작 웹툰은 2018년 10월~2019년 7월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다.
배우 송강과 한소희가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박재언, 여자주인공 유나비를 맡아 ‘원작에서 빠져나온 듯한’ 비주얼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초반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등이 일면서 시청률은 하향세를 탔다.
원작 웹툰에 대한 평가가 뛰어날수록 드라마화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원작 웹툰이 성공했다는 건 ‘찐팬’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대중의 기대는 크기 마련이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드라마를 TV로만 시청하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도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드라마의 스토리에 몰입하기보다 화제가 된 장면만 골라 보는 사람들도 많다. 과자를 먹듯 출퇴근길 5~15분의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컬처’가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럼에도 웹툰 원작 드라나 ‘모범택시’는 1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이로운 소문’도 최고 시청률은 11%까지 나왔다. ‘알고있지만’의 시청률은 ‘나빌레라’(3.7%), ‘간 떨어지는 동거’(5.3%) 등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시청자들에겐 웹툰의 디테일을 그대로 구현했으면 하는 심리와 웹툰을 넘어선 새로운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심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웹툰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등장시키거나 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방식이 그 예다. 멜로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점도 이 장르의 웹툰 원작 드라마가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장르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멜로나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보다 떨어졌다”면서 “로맨틱코미디가 성공하려면 인지도가 높고 연기에 베테랑인 배우가 등장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넣거나, 다른 코드를 섞어 새로운 반응을 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고있지만’은 ‘19금 로맨스’를 차별점으로 내세웠지만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코드는 전 연령대의 관심을 받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콘텐츠 지적재산(IP)의 확장 등 산업적인 차원의 장점을 고려했을 때 웹툰의 드라마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태원클라쓰’의 경우 국내에서 웹툰과 드라마가 모두 성공하고, 드라마의 성공이 다시 웹툰의 해외 인기로 이어졌다. IP 확장과 글로벌 진출이 선순환을 이룬 좋은 예다.
정 평론가는 “웹툰이 자주 드라마화 되는 건 ‘이태원클라쓰’의 사례처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성공한 웹툰은 대부분 리메이크되고, 시청자층을 전세계로 넓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