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비율이 80%를 넘었지만 백신이 부족해 예방접종이 어렵고, 부유한 국가에선 백신 공급은 충분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이유로 예방접종을 꺼려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세계보건연구소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우간다, 인도, 파키스탄, 콜롬비아 등 아프리카·아시아·남아메리카의 저소득·중간소득(LMIC) 13개국 시민 2만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용도와 거부감의 정도를 조사하고 이를 미국·러시아와 비교했다. 조사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평균 80.3%를 기록했지만 미국은 64.6%, 러시아는 3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도상국 응답자 중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응답한 시민들의 91%가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접종 이유로 꼽았다.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부작용 우려’가 44%로 가장 많았다. 또한 응답자들은 코로나19 관련해 의료계 종사자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여겼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이 부진하고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와중에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선진국은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예방접종에 방해가 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선 백신이 부족해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낮은 백신접종률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팀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 우선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이 세계적으로 면역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저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공동연구자인 국제성장센터(IGC) 시에라리온 담당 경제학자인 니콜로 메리기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도상국으로 서서히 공급되면서 앞으로 몇 달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효과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대 세계보건연구소 사드 오메르 소장은 “유럽과 미국 등 국가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백신에 대한 망설임이 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신속하고 광범위한 예방접종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라며 “개발도상국 정부는 보건 종사자 등 신뢰받는 사람들에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이 종료된 이후 시민들이 접하는 백신에 대한 정보가 달라지면서 상황이 변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증거가 지난 6개월 동안 명백해졌지만 동시에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백신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