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동해안 방역·생업 ‘딜레마’

입력 2021-07-19 17:55
강릉시가 19일 유천택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주차장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하고 있다. 강릉시 제공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19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6‧여)씨는 텅 빈 주차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직원 6명에 더해 아르바이트생 5명을 추가로 채용했다”며 “관광객들이 오후 7~8시부터 식당을 찾는데 8시부터 문을 닫으라고 하면 아예 영업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냐”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이어 “다음 주부터 방역 조치가 낮아질 수도 있어서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생들을 그만두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제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확진자가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 강릉시가 멈춰섰다. 강릉지역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수도권 처음으로 4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 가능하다. 음식점과 카페 등은 오후 8시 이후부터 배달, 포장만 허용되면서 사실상 저녁 장사를 접게 됐다.

일부 음식점과 PC방, 호프집 등은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위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강릉시 성산면 한 짬뽕전문점은 출입문에 “19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안내문을 붙였다. 교동 양식 전문점은 “위험한 시기인 만큼 모든 분이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을 닫았고, 인근 한 맥주 전문점과 고깃집도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 임시휴업’ 안내문을 내걸었다.

호텔과 펜션 등 숙박업소에는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다. 한 숙박업 관계자는 “숙소를 예약했던 관광객들로부터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숙소를 이용하려는 관광객이 많아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방역과 생업 두 가지를 다 지키려 했으나 수도권 풍선효과와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강릉을 셧다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사회적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6일 강릉시 보건소 선별 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와 삼척도 최근 확진자가 계속 발생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강릉이 사적 모임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속초와 양양 등 인접 지자체들은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은 “모임 인원을 갑자기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자영업자만 죽어가고 있다”며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강릉만 규제하면 나머지 지역으로 관광객이 몰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동해안 중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방역을 강화했다. 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도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319명이다. 이 중 동해안 6개 시·군 확진자는 53.6%에 달한다. 10∼20대가 45.8%였다. 특히 이 기간 확진자의 41.9%는 강릉에서 발생했다.

도는 병상 부족사태를 막기 위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중환자 전담 병상 4개를 일반 병상으로 재전환하고, 속초의료원에는 30병상을 이달 말까지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병상 부족에 대비해 생활치료센터의 추가 개소도 검토 중이다.

유흥시설 등 종사자는 이달 말까지, 방학 중 학생 접촉이 많은 교육 종사자는 8월 말까지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진단검사도 강화했다.

박동주 도 방역대책추진단장은 “동해안 시·군의 확진자는 지난주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고,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