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0대가 전세보증금을 승계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을 매입한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서두르기 위해 부모의 증여자금에 세를 낀 갭투자거나 부모가 자녀의 명의를 빌려 투자한 경우로 풀이된다.
19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광역 시·도별 연령대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10대가 서울에서 보증금 승계 및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가 6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는 같은 기간 10대 갭투자 건수가 98건으로, 지난해 동기 1건에서 크게 증가했다. 인천 역시 지난해 10대 갭투자가 0건이었으나 올해는 36건으로 늘었다.
차이가 있다면 서울은 아파트보다 빌라 등 비아파트 갭투자가 88.4%를 차지해 대부분이었으나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아파트 갭투자 건수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집값이 크게 뛰고 대출도 쉽지 않아 비싼 아파트보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빌라 등 비아파트로 갭투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10대가 갭투자로 집을 구매한 것은 부모로부터 일부 금액을 증여받고 나머지는 전세보증금 등으로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을 보며 ‘집은 조금이라도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는 학습효과를 익힌 부모들이 조급함을 느낀 게 10대의 갭투자가 늘어난 이유라고 해석했다.
반면 부모가 자녀의 이름만 빌려 갭투자를 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0대는 아직 부모와 함께 살고 있을 나이기 때문에 취득세가 최소 8%(조정지역 기준)에 달할 것”이라며 “때문에 투자를 위해 자녀의 명의를 빌려 부모가 갭투자를 했을 가능성보단 자녀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조기 대물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