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 당시 경보기 6번 껐다…현장확인 없이 ‘오작동’ 판단

입력 2021-07-19 15:45
쿠팡 물류창고 현장 합동감식. 연합뉴스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달 발생한 화재 당시 방재실 관계자들이 화재경보를 6차례나 끄면서 초기 진화가 지연된 정황이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19일 쿠팡 물류센터 내 전기 및 소방시설을 전담하는 A업체 소속 B 팀장과 직원 2명 등 총 3명을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A 업체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B씨 등 3명은 지난달 17일 오전 5시 20분쯤 쿠팡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불이 났을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6차례에 걸쳐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방재 시스템 작동을 초기화해 스프링클러 가동을 10여 분가량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건물의 방재 시스템은 최초 경보기가 울리면 설치된 센서가 연기와 열을 감지하고, 감지 결과가 설정된 기준을 넘어서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당시 경보기가 최초로 울린 시각은 오전 5시 27분이었는데, B씨 등은 이를 기기 오작동으로 오인해 방재 시스템을 6번이나 초기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스템이 다시 작동해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시각은 오전 5시 40분으로, 최초 알람이 울린 뒤 10여 분이 지난 뒤였다.

폐허가 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방제 시스템을 전담하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로, 스프링클러 작동을 지연시킨 것이 화재 확산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방제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과정에 쿠팡 본사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수사를 했으나 그와 관련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 화재는 지난달 17일 오전 5시 20분쯤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불은 발생 2시간 40여 분 만에 진화되는 듯 보였으나 이후 오전 11시 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고, 곧 건물 전체로 확산해 발생 6일만인 같은 달 22일 진화됐다.

화재 발생 원인은 기존에 제기된 것과 마찬가지로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불꽃이 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화재 당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이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화재가 확산할 때 미처 나오지 못해 결국 숨졌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