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마약류를 밀수입하고, 입국 후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맏사위가 입국 당시 자신의 가방에 마약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1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상무 A씨(45) 등 4명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정신없이 짐을 싸느라 물건이 백팩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며 마약류 밀수입의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2019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면서 엑스터시와 대마를 밀수입하고, 같은 해 7월과 8월에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서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공범 B씨(29·여)도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범행의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방에 마약이 들어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A씨가 이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A씨 측은 “전 직장 동료가 준 검은색 파우치를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백팩에 그대로 집어넣었다”며 “그대로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20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짐을 정신없이 싸서 입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물건(마약)이 백팩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알았다면 출입국심사를 통과하기 전에 버렸을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A씨 측은 입국한 뒤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가 변호인이 설명한 입장이 맞는지 묻자 A씨는 “맞다”고 답했다. 한편 A씨는 최근까지도 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정상 출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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