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둔 미국의 육상 선수가 도쿄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에 대해 불만 섞인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의 장거리 달리기 대표 선수이자 2016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폴 첼리모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개인 트위터에 도쿄 올림픽 선수촌의 생활 환경을 공개했다. 그중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선수들을 위해 제공한 골판지 침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골판지 침대의 사진과 함께 찌그러진 폐상자 사진을 올리며 “전과 후”라는 트윗을 남겼다. 골판지 침대가 언제든지 주저앉아 망가져도 이상할 게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첼리모 선수는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로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기 누군가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볼 위험이 있어 골판지 침대가 젖기라도 하면 침대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건 특히 결승전을 앞둔 밤이면 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나는 땅바닥에서 자는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해야만 할 것”이라며 “만약 내 침대가 무너졌을 때 내가 땅바닥에서 자는 훈련을 해보지 않았다면 난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첼리모 선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도쿄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만 간다”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미국의 유명한 범죄 드라마)’에서 ‘브레이킹 베드(Breaking Bed)’ 시대로 가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YOLO
— Paul Chelimo🇺🇸🥈🥉 (@Paulchelimo)
올림픽조직위는 환경을 생각해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조직위는 이 침대의 폭은 90㎝, 길이는 210㎝로 200㎏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다며 대회가 끝난 후 모두 회수해 재활용된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2명 이상의 선수가 함께 침대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이 같은 제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리모 선수 역시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설치된 침대들은 골판지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선수들 사이의 친밀감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스포츠 경기 외의 상황을 피하려고 침대들은 한 사람의 무게만 지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네 명 (동료 선수들)도 할 수 있는 거로 봐서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이라면 문제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육상 선수들이 비교적 몸이 가볍다는 점을 들어 골판지 침대의 실효성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의 골판지 침대는 외신에서 역시 화제다. 18일 뉴욕포스트는 “선수들은 코로나19 때문에 ‘anti-sex(성관계 방지)’ 침대에서 자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많은 외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섹스 침대’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골판지 침대의 붕괴 우려로 선수들의 성관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조직위는 선수들의 사적 접촉을 봉쇄하기 위해 올림픽 대회 때마다 제공하는 수십만개의 콘돔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올림픽선수촌에서 콘돔을 나눠주기 시작한 이래 콘돔 배포는 동·하계 올림픽의 역사로 자리 잡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역대 올림픽 최다인 45만개를 뿌리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 역시 이번 대회를 위해 15만~16만개의 콘돔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의 위험으로 준비된 물량을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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