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사업 자금’ 年 1300억원, 고용보험기금에서 빼썼다

입력 2021-07-18 20:18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바닥에 실업자를 안내하는 푯말이 붙어 있다. 연합

정부가 연 13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사업 자금을 근로자와 사업주가 낸 고용보험료로 운용해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18일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쌈짓돈 삼아 각종 선심성 정책을 펼쳐 기금이 고갈되고 있다”며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일자리사업 자금을 고용보험기금으로 운용해 연 13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고용전산망관리(334억원), 실업크레딧지원(320억원), 고용센터자체청사관리비(167억원), 고객상담센터지원(147억원), 경력단절여성취업지원(118억원), 중견·중소기업현장훈련지원(115억원), 고용서비스모니터링(70억원) 등이다. 심지어 노동시장연구센터위탁연구사업비 20억원도 기금에서 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은 환노위 2차 추가경정예산 검토 보고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말 10조2544억원에서 지난해 1조9999억원으로 급감했다. 고용부가 지난해 기금 적자 해소를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대출한 금액은 4조6997억원이다. 연 이자만 1300억원을 웃돈다.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실업급여 관리 부실’과 ‘일자리 정책 자금 운용’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사람은 2016년 7만7000명에서 지난해 9만4000명으로 22% 늘었고, 지급액은 2180억원에서 4800억원으로 갑절 이상 증가했다. 또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는 2만4267건(징수 결정액 441억1400만원)에 달했다. 결국 올 상반기에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6조484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홍 의원은 고용부가 고용보험기금 적자를 메우려고 고용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홍 의원은 “정부는 기금 적자를 타개하고자 올린 지 2년도 채 안 된 고용보험료 인상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고용보험료를 또 올리면 임기 내 고용보험료를 두 번 인상한 최초의 정부가 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료는 현재 사업자와 근로자가 0.8%씩 내고 있다. 0.65%씩 내던 것을 2019년 10월 현재 요율로 인상했다. 또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됐고, 실업급여 지급액 기준은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올랐다. 홍 의원은 “이달 1일부터 특수고용직 12개 직종에도 고용보험이 확대 적용하는데 특고 종사자와 일반 근로자 고용보험기금 계정이 분리되지 않았다”며 “가뜩이나 사정이 좋지 않은 기금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