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당신도 겪을 수 있는 비대면 호러…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입력 2021-07-18 17:48 수정 2021-07-18 17:50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 NEW 제공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호스트)로 노트북 모니터를 영화 스크린에 불러낸 롭 세비지 감독의 도전이 새롭지는 않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을 생중계하는 듯한 연출은 존 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서치’(2017)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서치’는 아버지 데이빗이 딸 마고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진실을 알 수 없는 SNS 세상 위에 펼쳤다.

그런데도 영화 ‘호스트’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서치’가 나왔던 2017년 때와는 달리 ‘호스트’가 나온 2020년은 코로나 19로 모두가 격리돼 있던 때다. 영화의 모든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트북 스크린에서 줌 화상회의가 켜져 있는 채로 진행된다. 줌 화상회의에 접속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너무나 익숙하다. 흡사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더 노트북 스크린 쪽으로 옮겨 놓은 기분마저 든다.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포스터. NEW 제공

이러한 영리한 연출은 코로나 19시대에 사람들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헤일리와 젬마를 비롯한 7명의 친구가 줌을 접속해서 서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 대해 잡담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들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술잔을 채우고 서로에게 건배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세비지 감독이 영국에서 자신이 자가격리 때 겪었던 ‘랜선 미팅’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술’ 의식을 해보고 싶어서다. 헤일리는 강령술사를 회의에 참여시키고, 친구들은 촛불 하나만을 켜둔 채 강령술사의 가이드를 따라 영혼을 불러낸다. 강령술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영혼이 불러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젬마는 황당한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껴서인지 친구 영혼 ‘잭’을 느꼈다고 거짓말한다.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영혼이 모니터를 서서히 장악해가기 시작한다. 각 배우의 핸드폰·노트북 캠을 통해 전달되는 연출은 관객의 숨을 조인다.

90년대생 세비지(29) 감독은 미국 영화 매체 ‘콜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겪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다뤄보고 싶었다”며 “격리 때문에 멋지고 새로운 걸 못하고 모방만 할 거라는 두려움이 사람들에게 있었지만, 격리는 완전히 새로운 걸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와 관객 점수 75%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세비지 감독은 ‘호스트’로 미국 공포영화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블룸하우스’의 선택을 받았다. 제이슨 블룸 대표는 지난해 9월 “호스트를 보면서 블룸하우스 팀이 열광하는 새로운 발명을 느껴서 바로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하우스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위플래쉬’ 등 저예산 장르영화로 세계적 수익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으로 개그맨 출신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은 그의 첫 연출 작품이었지만, 투자 대비 630%인 2억5000만달러 수익을 이끌며 흑인 감독 역사상 세계 최대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1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