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서쪽에 위치한 말리의 사헬주에서 중국인 3명이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 납치된 이들은 중국 건설업체 코벡에서 일하는 직원들로 사하나 주변의 대초원에서 도로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18일 말리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은 전날 크왈라에서 55㎞ 떨어진 공사 현장을 습격해 중국인 3명과 모리타니 국민 2명을 트럭에 싣고 달아났다. 괴한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 들이닥쳐 공사 장비와 연료 탱크에 불을 지르고 크레인과 덤프트럭을 부쉈다. 돈을 노린 납치인지 정치적 이유가 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말리 군 관계자는 “납치된 사람들은 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이었다”며 “인질 석방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5년 해외 이익 보호라는 명분하에 중국 부대를 해외에 파병할 수 있는 국가안전법을 시행했다.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서 진행되는 인프라 건설 사업과 중국인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이후 중국은 아프리카 주둔 군대 규모를 계속 확대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반중 정서도 거세졌다. 인프라 구축 지원을 내세워 빚을 지게 하고 군사 기지를 확보하는 식의 접근에 반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9월 테러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면적이 한반도의 5배가량 되는 말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00달러(2019년 세계은행 기준)에 불과한 빈국이다. 2012년 3월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폭동으로 지금까지 정세가 불안정하다. 말리 분리독립 세력(투아레그족)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결탁해 북부 지역을 점령하고 독립국가를 선포한 뒤 정부와 수차례 교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말리 쿠데타군이 대통령을 구금하고 사임을 발표하도록 강제해 지금은 과도기 임시정부가 들어선 상태다.
말리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과 무슬림 지지그룹(JNIM)이 프랑스 언론인 1명을 납치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