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정 공방이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망 중립성에 대한 해석을 어느 쪽에 유리하게 하는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달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지난 15일 항소를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망 접속·연결이라는 역무를 제공했으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공자(CP)의 의무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일 뿐 콘텐츠 전송은 인터넷통신사업자(ISP)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항소심의 쟁점은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의 상관관계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트래픽을 차별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망 중립성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등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 등 ‘IT 공룡’의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적절한 인터넷망 사용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넷플릭스는 통신사업자가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면 망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특정 ISP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CP의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1심 판결대로라면 전 세계 CP나 ISP가 형성한 인터넷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엔 망 이용이 무료란 개념은 없다고 반박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2018년부터 3년간 넷플릭스로 인해 트래픽이 30배로 커졌고 인터넷망 용량을 3년 새 18배로 증설해야 했다”며 넷플릭스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서 인정된 망 이용의 유상성을 부정하는 건 통신사업자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반 이용자와 국내 CP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망 이용대가를 똑같이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망 이용대가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망 중립성은 영세한 CP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인데 글로벌 IT 기업이 이를 악용해 적절한 대가 없이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 통신망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망 중립성은 콘텐츠 생태계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리적인 다툼보단 개별 기업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대형사업자에겐 부담을 지우는 등 합리적 배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소송을 통해 법리적으로 다투거나 정책으로 규정하기보단 당사자들의 협의와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