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만의 대홍수’ 참사 독일·벨기에 사망자 170명 이상

입력 2021-07-18 17:05
지난 15일(현지시간) 서유럽에 내린 폭우의 영향으로 침수된 벨기에 베르비에 시내의 한 로타리에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독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70명을 넘었다. 독일 기상청은 “1000년만의 폭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대재앙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이상기후에 대비해 경보·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지난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 네덜란드 접경 지역에 쏟아진 폭우와 홍수 피해로 1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일 당국은 17일 오전 기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93명이 사망했고 60여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선 44명이 사망했다. 벨기에 당국은 이날 홍수로 자국에서 2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고, 연락이 닿지 않은 103명을 실종 추정자로 분류했다.

다만 양국은 사망 및 실종 상황과 관련해 중복 보고나 혼선, 통신망 두절 등 문제로 정확한 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정확한 전체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데는 수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에선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평소 한달치 강수량인 100~150㎜의 비가 쏟아졌다. 우베 키르셰 독일 기상청 대변인은 이번 집중 호우를 두고 “1000년만의 폭우”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려 범람할 가능성이 적었던 작은 강이나 하천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당국은 기록적인 폭우로 강의 수위가 빠르게 상승했고 이에 대비할 여력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상청은 최소 나흘 전부터 여러 차례 폭우 경보를 내리고 라인란트팔츠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역 정부에도 대비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대책을 각 지역당국에 일임하는 시스템도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독일은 지역 정부가 해당 지역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경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지역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홍수조기경보시스템(EFAS)을 설계한 해나 클로크 영국 리딩대 교수는 “여러 주의 다수 기관이 관여하는 파편화된 체계 때문에 지역 별로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관련 체계를 정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헤일리 파울러 뉴캐슬대 교수는 “극단적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반시설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현재의 치수능력을 넘어서는 대규모 홍수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경보·비상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독일에선 기후변화 및 이상기후 대응 방안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는 “역사적 규모의 재앙적 홍수를 겪고 있다”며 “독일을 이상기후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