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재명’ 펴낸 강영호… “코로나 현실 뚫을 실용주의 리더십”

입력 2021-07-18 15:25
사진작가 강영호씨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춤추는 사진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코로나19라는 당장 닥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았다. 그간 대선국면에서 소속 정당을 따지지 않고 내로라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던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와의 협업을 통해 어록사진집 ‘지금은 이재명’을 최근 펴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상사진관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 지사와의 작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그의 실용주의적 철학 때문이었다고 했다. 강 작가는 “작업 의사를 타진할 때 이 지사는 ‘좌파인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뿐이지, 실제 본인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용주의’라고 답했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을 뚫어야 하는 현재 상황에 필요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엄한 얼굴로 하나마나 한 좋은 얘기만 하는 리더는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강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이상 이 지사를 밀착취재했다. 숱한 정치인과 작업을 했던 강 작가가 꼽은 이 지사의 최대 강점은 ‘현장성’이다. 강 작가는 “어디 청소하러 가면 대충 사진 찍고 나오는 게 아니라 이 지사는 진짜 청소를 한다. 제 몸에 똥을 묻혀 가면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강 작가가 이 지사에게 붙여 준 별명이 ‘국민 로드매니저’다. 유난스레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두툼한 손과 허벅지에 초첨을 맞춘 컷에서 그런 현장성을 강조했다.

책에는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도 군데군데 담겼다. ‘정의는 광장 바깥에도 있다’는 글 곁에는 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달 사진이 배치됐다. 강 작가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욕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보다 더 적합한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며 “솔직히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우리만 정의다’라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고 했다.

사진작가 강영호씨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히틀러 가면을 쓴 남성의 사진과 함께 ‘위험한 엘리트’라는 이 지사 어록을 배치한 페이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강 작가는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윤 전 총장의 인식은 위험한 구석이 있다”며 “독일이 나치 체제를 유지한 것은 사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조직과 주어진 과업에만 몰두했던 결과”라고 했다.

불로소득을 비판하는 어록에는 구두를 신은 사람이 깡통을 밟고 있는 사진이 등장한다. 이 구두의 브랜드는 페레가모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연상시킨다.

강 작가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논쟁적 포인트들을 넣어뒀는데, 나름 이재명식 해학을 담아본 것”이라며 “누구는 상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시대에는 우아 떠는 것보다는 상스러운 게 좀 낫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