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진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코로나19라는 당장 닥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았다. 그간 대선국면에서 소속 정당을 따지지 않고 내로라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던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와의 협업을 통해 어록사진집 ‘지금은 이재명’을 최근 펴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상사진관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 지사와의 작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그의 실용주의적 철학 때문이었다고 했다. 강 작가는 “작업 의사를 타진할 때 이 지사는 ‘좌파인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뿐이지, 실제 본인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용주의’라고 답했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을 뚫어야 하는 현재 상황에 필요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엄한 얼굴로 하나마나 한 좋은 얘기만 하는 리더는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강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이상 이 지사를 밀착취재했다. 숱한 정치인과 작업을 했던 강 작가가 꼽은 이 지사의 최대 강점은 ‘현장성’이다. 강 작가는 “어디 청소하러 가면 대충 사진 찍고 나오는 게 아니라 이 지사는 진짜 청소를 한다. 제 몸에 똥을 묻혀 가면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강 작가가 이 지사에게 붙여 준 별명이 ‘국민 로드매니저’다. 유난스레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두툼한 손과 허벅지에 초첨을 맞춘 컷에서 그런 현장성을 강조했다.
책에는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도 군데군데 담겼다. ‘정의는 광장 바깥에도 있다’는 글 곁에는 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달 사진이 배치됐다. 강 작가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욕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보다 더 적합한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며 “솔직히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우리만 정의다’라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고 했다.
히틀러 가면을 쓴 남성의 사진과 함께 ‘위험한 엘리트’라는 이 지사 어록을 배치한 페이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강 작가는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윤 전 총장의 인식은 위험한 구석이 있다”며 “독일이 나치 체제를 유지한 것은 사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조직과 주어진 과업에만 몰두했던 결과”라고 했다.
불로소득을 비판하는 어록에는 구두를 신은 사람이 깡통을 밟고 있는 사진이 등장한다. 이 구두의 브랜드는 페레가모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연상시킨다.
강 작가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논쟁적 포인트들을 넣어뒀는데, 나름 이재명식 해학을 담아본 것”이라며 “누구는 상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시대에는 우아 떠는 것보다는 상스러운 게 좀 낫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