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붕괴사고 경찰수사 막바지…20일 결과 발표

입력 2021-07-18 07:17 수정 2021-07-18 07:46

지난달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제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구체적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시공사 현대산업개발(HDC)이 부실 투성이인 불법 철거 공정에 깊이 관여해 불법을 방조하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붕괴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구성한 광주경찰청은 18일 “학동 4구역 원청업체인 HDC 현장소장과 안전부장 등 2명에 대해 안전치사상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은 4구역 철거 공정에 대한 감독과 현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붕괴한 5층 건물 콘크리트 더미가 덮치게 해 탑승자 17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치게 한 혐의다.

수사본부는 광주고용노동청의 특별 감독 결과에 따라 A씨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철거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인 A씨가 불법 철거 현장을 수시로 목격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혐의가 있다는 특별사법 경찰관 조사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수사본부는 이후 현장소장뿐 아니라 HDC의 고위간부 등 관계자들이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HDC 권순호 대표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부실한 철거 공사와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는 “HDC가 전국에 50~60여 개의 현장을 두고 있다”며 “불법 재하도급은 사고 이후에 알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수사본부는 관할 동구청에 제출한 철거계획서를 무시하고 일명 ‘밑동파기’ 방식의 철거작업을 지시한 철거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을 구속했다.

이로써 그동안 구속됐거나 구속영장이 신청된 붕괴사고 관련자는 철거업체 관계자 3명과 감리자 1명을 포함한 6명으로 늘어났다.

수사본부는 그동안 붕괴사고와 관련해 2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설안전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중 붕괴 사고 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는 9명이다. 나머지 14명은 동구청의 인·허가 과정과 재개발 조합의 비리 전반에 연루된 피의자다.

수사본부는 지난달 13일 미국으로 달아난 재개발 조합 정비 대행업체 전 고문 문흥식(61)씨도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입건해 인터폴을 통한 신병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재개발 조합장 조모(73)씨와 함께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몸통으로 꼽힌다.

수사본부는 시공사 HDC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처리가 마무리되면 붕괴사고 원인파악과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를 매듭짓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동4구역 시공사인 HDC는 당초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을 한솔기업에 맡겼다. 또 재개발 조합은 다원이엔씨를 석면 철거 하청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다원이엔씨는 면허가 없는 백솔건설에 석면 철거 공사를 헐값에 불법 재하도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건축물 철거에도 이면 계약을 통해 사실상 관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철거 공정을 수주한 한솔이 다원이엔씨와 이면 계약을 맺은 이후 실제 철거작업은 일반건축물, 석면 가릴 것 없이 다원이엔씨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붕괴사고 8일 만인 지난달 17일 다원이엔씨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철거공정에 투입된 백솔건설 대표(굴착기 기사)와 한솔 관계자 등 2명이 가장 먼저 구속된 바 있다.

수사본부는 철거 공정 계약에 대한 불법행위뿐 아니라 분양권을 내세운 정·관계 로비 의혹에도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6차례의 현장검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고 원인분석 결과를 통보받게 되면 20일 사고원인과 책임자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지난달 9일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쪽으로 넘어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토대로 붕괴사고 원인 분석과 관련자들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일단락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