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프로야구 리그 중단 사태를 초래한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방역수칙 위반 혐의’를 피하고자 허위진술을 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질 상황에 놓였다.
17일 강남구청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으로 프로야구 한화, 키움 선수 등 5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 중 일반인 코로나19 확진자 2명은 ‘동선 누락’으로 강남경찰서에 추가 수사 의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화와 키움 구단은 “외부인 접촉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들이 처음 진술과 다르게 일부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해 이를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정정 보고했다”고 알렸다.
앞서 이들 구단은 방역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한화와 키움 선수들이 한자리에 머물렀던 증거가 나왔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와 두 구단 선수의 새로운 진술에 따르면 한화 선수 2명, 키움 선수 2명은 5일 새벽 한화의 서울 원정 숙소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1명, 일반인 2명과 만났다. 구단이 파악한 총 7명이 모인 시간은 ‘8분’이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파악한 방역수칙 위반 시간은 ‘6분’이다. 강남구청은 “(7명이) 5일 오전 1시30분부터 1시36분까지 6분 동안 같이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4일 오후 11시36분에 일반인 2명이 입실한 이후 5일 오전 12시54분에 은퇴선수 A가 입실했다. 한화 소속 선수 한 명은 오전 1시1분, 다른 한화 선수는 1시22분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일 오전 1시30분에 키움 소속 선수 2명이 합류하면서 외부인 2명과 전현직 선수 5명 등 7명이 같은 공간에 체류했고 방역수칙 위반상황은 1시36분에 전·현 한화 선수 3명이 퇴실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은 ‘오후 10시 이후 사적인 만남’과 ‘5인 이상의 만남’을 금지한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공적 백신’을 방패로 삼아 방역수칙 위반 혐의를 피하고자 했다.
도쿄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든 한화 선수 1명,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키움 한현희는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2주 이상이 지난 터여서, 5일 새벽 당시의 거리두기 3단계 규정에 따라 ‘사적모임 인원’에서 제외된다.
양 구단 선수의 ‘거짓 증언’대로 5명씩만 모임을 했다면 백신 접종자를 제외하고 4명만 모인 것으로 간주해 아슬아슬하게 방역수칙 위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외부인 3명과 총 7명이 만났다.
강남구청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선수 2명’을 과태료 대상이라고 봤다. 백신 접종을 한 선수 2명은 과태료를 피했다. 하지만 허위진술로 역학조사에 혼선을 준 선수들은 역학조사 방해 등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강남구청은 이미 NC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와 일반인 2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사적인 자리를 한 일반인은 유흥업 종사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키움과 한화를 제외한 구단에도 ‘사적인 모임에 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선수단에 자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추가로 신고된 사건은 없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