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7살 남동생이 같이 살던 30대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남동생은 누나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누나의 시신을 10일간 아파트 옥상에 방치하다가 농수로에 버렸다.
남동생은 부모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 신고를 하자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경찰 수사관들에게 보내 속이고, 누나의 휴대전화의 유심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메시지를 혼자서 주고받아 마치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같은 방식으로 부모마저 속여 누나에 대한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하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쓰기도 하였다.
누나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뒤 4개월 만에 발견되었고, 남동생은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 형은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면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형이 동생을 차에 태우고 이동하는 모습 등을 통해 형이 거짓말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긴급체포했다. 동생은 한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동생의 몸에서는 수면제가 검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형은 부모가 남긴 40억 원대의 유산을 놓고 동생의 후견인인 삼촌과 재산 분할 소송 중이었다.
#3 어느 유명 연예인은 30년 전 당시 무직이던 형에게 매니저 일을 맡겼고, 출연료는 모두 형과 형수가 도맡아 관리했다. 연예인은 ‘형이 자신에게 계약금 한 번 준 적 없고, 출연료도 제대로 준 적 없다. 통장과 자산은 모두 형과 형수, 그리고 그의 자식들 이름으로 돼 있다. 출연료 미지급이 100억이 넘는데, 각종 세금과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형을 고소했다.
이처럼 요즘 세태는 ‘가족’이 ‘가족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족’은 부모, 아들·딸, 형제·자매에 대해 여러 가지 가치 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가족원들 간의 교제와 사랑을 통해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국가권력은 가족의 평화를 위해 친족 간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되도록 가족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대표적이다. 친족이 다른 친족에게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의 재산범죄를 저질러도 형을 면제해 주거나 반드시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가족’이 나를 배신하고 있다. ‘가족’이 ‘가족’을 등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정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고, 문제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가족 간 재산 범죄는 일반에 비해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친족상도례 제도를 악용하여 처벌을 피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치고 있고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공동체가 담당해왔던 윤리의식 등의 교육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사회 불만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표출되고 있다.
공상과학소설의 창시자 허버트 조시 웰스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 했다. 이런 ‘가정’이 공상과학소설에나 존재하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