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와 관련해 직장 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새로 부임한 관리팀장이 노동자들에게 영어시험 등을 보게 하며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반영한다는 조건을 명시한 사진이 공개됐다.
17일 민주노총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노조 측은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 장면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에는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라고 적힌 시험 안내 PPT가 띄워져 있었다. 사진 속 PPT에는 ‘점수: 100점 만점’ ‘1~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 ‘10번 문제는 1~2점/총 10점’ 등 시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담겨있었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는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노조는 “서울대 A 팀장은 2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9일 오후 3시30분에 900동 회의실에서 재정생활관(919동부터 926동까지) 미화 주요 업무 논의를 위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준비물(수첩, 볼펜 등)과 드레스코드를 지정하여 공지했다”며 “그리고 어떠한 사전 예고도 없이 필기시험을 볼 것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대 측은 학교 시설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 등으로 쓰게 하는 시험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이 필요한 경우 응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공개된 사진을 근거로 서울대 측의 입장을 ‘거짓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들을 괴롭힌 진짜 이유는 이들에게는 필요도 없고 동시에 취약한 ‘필기시험’이라는 방식으로 모멸감을 주기 위함과 근무평가에 반영하기 위함이라는 전형적인 노동자 통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해당 시험 성적이 낮게 나왔다며 박탈감과 자괴감 등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채 발견된 A씨의 경우 시험 성적은 잘 받았지만, 일부 청소노동자들이 서로 커닝을 하고 답을 몰라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 측과 유족 및 노조 측은 A씨가 과거 학교 측이라고 볼 수 있는 관리팀장으로부터 과도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는지를 두고 대립 중이다.
양측은 이를 조사할 주체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서울대 측은 학내 인권센터를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유족과 노조는 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이 나서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