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갑질 여부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이 치른 필기시험 성적을 인사평가에도 반영한다고 고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시험 성적은 인사평가와 전혀 관계가 없다”던 서울대 측의 기존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갑질 의혹을 받는 팀장 A씨는 지난 6월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진행하면서 ‘시험 성적이 인사평가에도 반영된다’고 안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A씨가 공지한 시험 안내문엔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 안내문은 시험을 치르는 1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회의실 스크린 화면으로 공지돼있었다. 해당 시험에선 ‘919동의 준공연도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등 업무와 무관한 내용의 시험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서울대 측에서 거짓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 측은 필기시험을 치른 취지가 청소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었을 뿐 성적을 기록으로 남기진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필기시험 성적이 실제로 인사평가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시험이 끝난 9일 저녁, 청소노동자들이 포함된 단톡방에 시험을 치르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어 ‘기말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의 모습처럼 아름다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이씨의 남편 이모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대가 거짓말을 한 게 밝혀졌다”면서 “더는 (서울대를)믿기 어렵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필기시험 30점 맞았던 분이 눈물을 흘린 건 단지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근무평가를 안 좋게 받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