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을 벗어나 행사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헌절을 맞아 ‘헌법정신’를 강조하며 낸 메시지지만 사실상 현 정권의 여러 정책 시행 방식을 ‘탈법적’으로 규정하며 직격한 것이다. 자신의 정치권행을 두고 여권에서 ‘반(反)헌법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 반박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아울러 정치권에서 나오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론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 전 원장은 제73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낸 메시지에서 “헌법정신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본다”며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은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며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며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토로했다.
감사원장 재임 시절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를 둘러싼 정권과의 마찰,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에 대한 감사위원 임명 제청 거부 사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제왕적’이라는 비판도 담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세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는데, 이에 선을 그은 것이다.
또 다른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전 부총리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반으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저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래야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를 적는 것으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