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에 빠져 모친의 30년 지기로부터 지시를 받고 친모를 폭행해 사망케 한 세 자매와 범행을 사주한 60대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첫째딸 A씨(44)에게 징역 10년을, 둘째딸 B씨(41)와 셋째딸 C씨(39)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원심과 같이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범행을 사주한 혐의(존속상해교사)로 D씨(69)에게도 원심과 같은 형인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모친인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수회 때려 사망케 했는데, 동기 등에 미뤄보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범행”이라며 “세 자매에게 D씨는 경제적 도움을 많이 주는 등 세 자매와 단순관계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D씨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엄마를 매일 잡거라’, ‘무력으로라도 따르게 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다. D씨는 피해자를 질책하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냈고 A씨 등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D씨는 피해자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도 상해를 교사한 점이 충분해 보인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기하는 항소주장은 이유가 이유가 없다”며 “검찰도 이 사건 범행을 통해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것 이외 특별한 이유가 없어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24일 0시20분부터 오전 3시20분까지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A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친어머니 E씨(69)를 나무로 된 둔기로 전신을 여러 차례 때렸다. 이어 같은 날 오전 9시40분쯤 폭행당해 식은땀을 흘리며 제대로 서지 못하는 E씨를 발로 차고 손바닥으로 등을 치는 등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의 30년 지기인 D씨는 집안일을 봐주던 E씨의 평소 행동에 불만을 품던 중 자신을 신뢰하며 무속신앙에 의지하던 이들 세 자매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사건 한달 여 전부터 A씨에게 “정치인, 재벌가 등과 연결된 기를 통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며 “그런데 모친이 기를 꺾고 있으니 혼내줘야겠다”했다. 특히 범행 하루 전날에는 “엄청 큰 응징을 가해라” “패(때려) 잡아라”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그 누구의 교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D씨가 A씨 등을 수년간 경제적으로 도운 점 등에 미뤄 이들 사이에 지시·복종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고, 법원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