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세계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에… 업계 초긴장

입력 2021-07-16 12:49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3위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텔의 인수·합병(M&A)가 성사될 경우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구도로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의 인용해 인텔이 반도체 생산 확대를 목적으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시 300억 달러(약34조2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다만 글로벌파운드리 측에서는 아직 아무 것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힌 점을 고려해봤을 때 인텔 내부적인 안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설명했다.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만 반도체 제조사에만 점유율이 편중돼 있어 다른 기업들에 반도체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고려한 조처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200억 달러(22조6600억원) 이상 투자로 미 애리조나주에 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공개했다.

인텔이 세계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모색하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행보로 해석된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55%), 삼성전자(17%) 글로벌파운드리(7%), UMC(7%) 등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뉴욕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가 대주주인 회사다. 2008년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반도체 생산 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했을 때 설립됐다. AMD는 여전히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요 거래처로 올해만 16억 달러(1조8200억원) 규모의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달 싱가포르에 40억 달러(4조5668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더라도 세계 2위 삼성전자를 당장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5나노, 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여전히 12~14나노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텔의 시장 지배력과 자금력을 고려하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이후 빠른 시일 안에 파운드리 기술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TSMC 역시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TSMC와 인텔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인텔의 이번 인수가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도 부연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에서 AMD의 도전을 받고 있는 인텔이 역설적으로 당초 AMD와 깊은 관련이 있는 글로벌파운드리와 인수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