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현 부지선 환경보존·안전운항 양립 어렵다”

입력 2021-07-16 11:55 수정 2021-07-16 15:18
상공에서 바라본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46만㎡ 규모의 제주 2공항을 건설하려는 국토교통부의 계획은 계획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양 측면에서 모두 부적정하다는 전문연구기관의 의견이 나왔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개발기본계획 재보완서’에 대해 조류 충돌이 우려되고 예정부지 내 숨골과 용암동굴의 파괴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해 제주도가 추구하는 성장과 환경 보존이라는 정책 수립 기조에 전체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계획 적정성과 관련해 KEI는 공항 예정지가 항공기-조류충돌 지역에 위치했지만 국토부가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는 법정보호종을 비롯해 다양한 철새 도래지와 인접했다. 조류의 서식 구역이 해안을 따라 사업 예정지를 둘러싸고 있으며 공항 운영 시 충돌 위험이 높은 바다새가 선호하는 유인 시설도 다수 입지했다.

때문에 KEI는 앞서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본안에 대해 안전한 공항 운영을 위한 조류 퇴치 활동이 생물 다양성 보전과 상충되는 문제를 보완하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재보완서에도 대안이 미흡하다고 봤다.

공항 내외 초지관리, 조류 퇴치 활동, 조류 레이더 가동 등 국토부가 제시한 방안은 공항 안전만을 위한 것으로 결국 보호종과 서식역의 훼손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입지 타당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KEI는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인접한 숨골과 용암동굴의 보전이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국토부는 설계 단계에서 추가 조사를 통해 숨골과 용암동굴에 대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기재했으나 활주로 포장과 시설물 설치를 위한 대규모 터파기 작업과 매립이 이뤄질 경우 해당 지형구조는 보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KEI는 판단했다.

KEI는 예정지에는 지하수의 양과 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숨골이 160여개가 있고, 용암동굴은 화산지형이 발달한 제주에서 자연경관과 학술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형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항 부지에 지하공동구조를 별도로 보존하겠다는 국토부의 계획은 타당성이 없다고도 판단했다. 조류 충돌 문제와 마찬가지로 숨골 및 용암동굴 역시 안전한 공항 건설과 환경 보존의 가치를 모두 채워줄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인 셈이다.

KEI는 또, 국토부의 소음 및 진동 피해 최소화 방안과 관련해서도 기존 제주공항과 비교해 소음 영향 면적이 크게 축소 평가돼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대안별 운항 횟수 및 운항 비율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소음관리계획에 대해서는 주민복지, 주민 소득증대 사업만을 명시하기보다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토지 매수를 통한 이주 방안, 추가적인 주거 목적의 개발계획 배제, 교육시설 입지 제한 등의 장기적 관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KEI의 검토 의견이 나옴에 따라 환경부는 조만간 국토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게 된다.

환경부가 부동의 판단을 내리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무산된다.

국토부는 앞서 2015년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한 바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