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결되면 벤츠 뽑아줘”…전·현직 ‘비리 투캅스’에 실형

입력 2021-07-16 00:02 수정 2021-07-16 00:02
국민일보DB

사건 관계인의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원대의 금품을 요구한 전·현직 경찰관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사건 피진정인들에게 “사건이 잘 되면 벤츠 한 대 사달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건 관계인들과 접선해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전 광역수사대) 소속 A 경위(53)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직 경찰관 B씨(61)에 대해서는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A경위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자신이 담당하던 진정 사건의 피진정인들과 접선하며 사건 무마를 대가로 1억원 상당의 금품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A경위는 전직 경찰관 B씨와 함께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으며, 당시 B씨가 피진정인들에 “사건이 잘 되면 벤츠 한 대 사달라”고 말하자 “(사건이 잘 마무리되면) B씨에게 벤츠 한대 사줘도 아깝지 않다”며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피진정인들로부터 뇌물을 받기 어려워지자 지난해 10월 31일 다른 사건 관계인을 외부 식당에서 만나 5000만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A경위는 지난해 10월 22일 담당하던 진정 사건과 관련해 피진정인에게 고소 취소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경위는 피진정인에게 “고소를 취하하면 진정인과 상의해 사건을 잘 풀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고죄로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은 관련 정황을 포착한 검찰에 덜미를 잡히게 됐다. 검찰은 최근 A경위의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휴대전화 등 증거품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녹취록 등 여러 증거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들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벤츠 승용차 또는 1억원 상당의 뇌물을 요구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증거 등에 비춰 함정에 빠졌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전·현직 경찰관이 결탁해 뇌물을 약속받고 현직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원을 약속받고 나아가 직권을 남용해 공무에 관여한 것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피해자 중 일부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사건이 불거지자 징계위원회를 열어 A경위에 파면 처분을 내렸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