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연중무휴 당구장도 휴점… 장부엔 ‘한달 매출 53만원’

입력 2021-07-15 17:23
서울 종로구에서 36년째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강한식씨가 월별 매출이 기록된 수첩을 보여주고 있다. 수첩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고스란히 기록돼있었다. 신용일 기자


서울 종로구에서 36년째 당구장을 운영하는 강한식(72)씨는 오는 19일 잠시 가게 문을 닫는다.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 내린 결단이다. 반평생 ‘연중무휴’라는 출입문 밖 표시를 훈장처럼 여기던 그였다. 강씨는 15일 “코로나 때문에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일주일 정도 쉬면서 가게를 계속 운영할지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강씨가 취재진에 내민 수첩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고스란히 기록돼있었다. 2019년만 해도 월 매출은 400만∼600만원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매출은 300만원 아래로 급감한 후 200만원대에서 더 올라가지 못했다. 올해 1월엔 53만원이 전부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강씨는 “36년간 가게를 하면서 위기가 없었던 아니었지만 다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며 “거리두기 4단계까지 적용된 지금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종업원을 따로 두지 않고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이 강씨의 당구장을 찾은 지난 14일 오후 6시 가게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터뷰를 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2개 당구대에 2명씩의 손님이 들어왔다. 강씨가 4명의 손님을 받고 2시간 동안 손에 쥔 돈은 4만원이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모(30)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도 낮 장사로 12만원을 팔았어요.” 어머니와 함께 장사하는 윤씨는 이날 한숨을 쉬며 매출이 찍힌 포스(POS)기를 가리켰다. 전날 매출은 27만원이었다. 가족의 생계가 달린 고깃집은 코로나19 이후 15개였던 테이블을 6개로 줄여야 했다. 코로나로 이전보다 30%가량 매출이 쪼그라들었어도 하루 70만원은 됐다. 하지만 거리두기 4단계 소식이 전해지며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윤씨는 “하루 평균 매출이 70만∼80만원은 나와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데 거리두기 4단계부터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고 씁쓸해 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실제 손님이 찾아오는 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고작 2시간밖에 없다. 그마저도 절반은 단가가 낮은 식사 손님이다.

윤씨는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손님들도 다같이 힘드니까 식사비 금액대도 낮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꼴랑 이 돈 벌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이 있겠나.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돈이 들어오는 데도 없으니 내 속 편하자고 문을 열어둔 것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