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여부가 이르면 이번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위안부·강제징용 판결을 포함한 양국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한(對韓) 수출규제 등 3개 현안에 대한 해법을 회담에서 논의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는 16일까지 일본 정부의 답을 기다릴 방침이다. 만약 일본이 이번주 내로 회담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방일이 최종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일 정상회담은 회담 시간이나 의전보다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며 “아직 일본으로부터 회담 의제와 관련한 별다른 답이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15분 약식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회담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반복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성과가 전제된다면 문 대통령의 방일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이른바 ‘조건부 방일론’을 내세운 뒤 같은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짧은 회담 시간동안 양국 정상이 모든 현안을 해결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9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우익 여론에 예민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성과를 전제한 회담 개최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일단 도쿄올림픽 개막식(23일)을 1주일 앞둔 16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출국 준비에 적어도 1주일이 걸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정부가 물밑에서 일본과 회담 의제를 두고 협상을 해왔기에, 올림픽 바로 직전에 기록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문 대통령의 방일이 최종 무산된다면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줄곧 갈등을 겪어왔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됐다. 우리 정부도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했다. 다만 미국이 개입하며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했다.
문 대통령은 ‘지일파’로 분류되는 강창일 전 국회의원을 주일대사로 임명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을 향한 유화 메시지를 내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경색된 양국 관계 해소의 기회로 꼽혔던 도쿄올림픽 참석이 불발될 경우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