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동물원인 ‘삼정더파크’ 운영사인 삼정기업이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민사소송에서 부산시가 승소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여 만이다. 시는 앞으로 동물원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행정 지원 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삼정더파크의 매입을 요구해 온 삼정기업은 곧장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동물원의 정상화를 위해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부장판사 김현석)는 15일 삼정기업과 KB부동산신탁이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등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 삼정기업이 제기한 소는 2020년 10월 23일 소를 취하했으므로 종료됐고, 원고 KB부동산신탁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982년 개장한 성지곡 동물원은 2004년 재정비를 위해 민간개발 시행 중 2006~2012년 시공사가 2차례 부도를 맞는 등 동물원 조성사업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이에 시는 해결책으로 시행자(삼정기업과 KB부동산신탁) 등과 조건부 매수 부담(500억원)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 2014년부터 동물원을 정상화하였으나 2020년 4월 이후 협약이 종료되고 동물원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후 삼정기업과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6월 시를 상대로 매매대금 등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2012년 부산시가 삼정기업에 확약한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나오는 매입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
당시 부산시는 삼정기업에 동물원 운영을 부탁하며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최대 500억 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하겠다’(협약서 제3조 2항)고 약속했다. 시는 2017년 1월 더파크를 매입하는 대신, 삼정기업에 운영 기간을 3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삼정기업 측은 동물원 공사비로 20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운영비 등 매물 비용을 고려해 3년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두고 부산시의회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삼정기업이 3년 더 운영하도록 해주는 것은 특혜성 결정이며, 부산시에 매수 청구 의무도 없다며 운영 연장을 반대했다.
소송으로 다툼을 하면서도 시는 협약 이행에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의 매수 요구에 따라 협약서상 최대 부담액인 500억 원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원고 측에 ‘매수대상에 사권(私權)이 없어야 한다’는 사전 조건 이행을 요구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매수토지에 개인과의 공유지분을 정리하지 않는 등 각종 사권(私權) 해결을 하지 않은 채 무리한 협약조건 이행을 요구하면서 협약 종료 기간을 넘겨 현 소송까지 진행됐었다고 부산시 측은 설명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소송 결과에 환영에 뜻을 밝혔다. 부산시는 동물원 관련 500억원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내고, 새로운 동물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첫 단추를 끼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원고 측의 항소가 진행될 경우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의 동물원인 더파크가 조속히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향후 삼정더파크 측에서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협조 요청을 해온다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부산시 관계자는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원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침체한 사회 분위기에서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한 힐링의 명소로 재탄생 될 수 있도록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