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에서 채권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신순규(54)씨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다. 아홉 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으나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와 MIT를 졸업한 후 월가에서 27년째 활동하고 있다.
새 책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들고 한국을 찾은 신씨는 지난 14일 줌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삶의 견고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살다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에세이를 썼다”고 말했다.
제목에 사용된 ‘어둠’이라는 말은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어둠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실의 혼란스러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등을 의미한다. 신씨는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견고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3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가 하는 일은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 즉 주식과 회사채를 분석해 매입과 매각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는 투자와 삶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견고함(Durability)’이라고 본다.
그는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견고함”이라며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에도 그런 견고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견고하다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하다는 것만은 아니다. 꾸준해야 하고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로서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코인 광풍’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했다. 그는 “나는 투자, 투기, 도박을 구분해서 생각한다. 어떤 자산의 가치가 근거가 없는데 거기에 투자하는 걸 도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도박”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드니까 도박, 투기 이런 단기적인 이윤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주식 시장도 안정적인 건 아니다.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는데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출간된 신씨의 첫 책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