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흡입한 채 친구를 7시간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들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대폭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희)는 1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3)와 B씨(22)에게 1심에서 각각 징역 18년, 징역 10년 선고된 것에서 형량을 크게 높여 각각 징역 30년, 20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7월29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친구 C씨(23)를 결박한 뒤 둔기로 7시간 동안 폭행한 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6시쯤 택시를 타고 인천 중구 장진도의 선착장 인근 공터에 여행용 가방에 담은 C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살인 범행 후 피투성이가 된 C씨 옆에서 인증샷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을 뿐 아니라 C씨가 사망한 후 C씨의 모친에게 ‘엄마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는 등 가학적·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C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가 시작되자 이발을 하고 옷을 위장해 장소를 옮겨가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금전 문제 등으로 싸우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깨어보니 숨져 있었다”며 “겁이 나서 시신을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항소심에서도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0년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환각 상태에서 살해한 후 범행 은폐 목적으로 사체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적이 드문 섬에 유기했다”며 “살인 범죄의 잔혹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고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마약에 취한 후 피해자가 저항을 못 하는데도 7시간에 걸쳐 무자비로 폭행하고 B씨는 제지하기는 커녕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폭행하기까지 했다”며 “폭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기 전까지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해 최악을 막을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오히려 조롱하거나 추가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데도 피고인들은 고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며 “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1심보다 대폭 형을 늘렸다.
윤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