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노동조합 탄압 근거로 이용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위반해 구속됐던 이목희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4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1981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 전 부위원장에게 15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1981년 서통노동조합 지부장의 요청을 받아 기관지 초안을 작성해주는 등 노조 활동에 개입해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다른 나라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굳이 찾자면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독립운동,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된 경찰법 처벌수칙에서나 찾을 수 있는 합리성이 극히 떨어지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위원장이 노조 지부장을 선동하거나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단체교섭에 개입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제3자 개입금지는 1980년 노동관계법 개정 당시 새로 만들어진 조항으로 노조 쟁의행위 등에 제3자가 선동할 목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0년대 노조 활동을 억제하고 탄압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국제적인 노동법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끝에 2006년 10월 폐지됐다.
이 전 부위원장이 당시 불법 체포됐던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981년 6월 3일 연행돼 16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불법 감금상태였다”며 “서통노조 간부들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유죄 증거가 된 피고인과 서통노조 간부들의 조서와 자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기관지를 다듬어줬을 뿐 대신 써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수사기관이 사건화하기 위해 공소사실을 그렇게 쓴 것”이라며 “군사독재 시절 잘못된 기록이 40년 후에나마 바로 잡히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