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남측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에 리영길 전 사회안전상을 새로 임명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위 간부들의 태업을 질타한 뒤 군 인사를 잇달아 단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내부 기강을 다잡고 경제개발 계획을 원활히 추진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리영길이 김정관 후임 국방상으로 부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매체 보도에서 다뤄진 군복 차림과 도열 위치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북한 매체가 그를 국방상으로 호명하는 등 공식 확인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을 보면, 리영길은 종전 사회안전성 제복 대신 대장(별 4개) 견장과 옷깃, 모자 테두리에 붉은색을 두른 군복 차림으로 서 있다. 그동안 리영길은 남측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을 맡아왔기 때문에 올 1월 8차 당 대회 인사 때 공개된 사진만 하더라도 사회안전성 제복을 입고 있었다.
위치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진에서 리영길은 종전 김정관 국방상이 도열했던 둘째 줄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에 자리했다. 김정관은 군 계급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돼 참배 행사에서도 넷째 줄로 밀려났다.
앞서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고위 간부들의 태업을 질타하면서 군 서열 4위에 해당하는 국방상을 김정관에서 리영길로 교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은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하고, 서열 2위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계급을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했다.
강원도 최전방을 담당하는 5군단장 출신의 리영길은 2016년 2월 돌연 군 총참모장에서 물러나 남측 정보기관에서는 ‘처형설’까지 언급됐다.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됐다가 2018년에 다시 총참모장으로 복귀했지만, 이듬해 또다시 해임돼 1년 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 부침을 겪었다.
연이은 군 인사 단행과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간부혁명 과정에서 특히 군의 이완을 막기 위해 통제의 고삐를 강하게 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각종 건설 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군이 동원돼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군을 좀 더 분발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