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16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심각해진 가운데 정부가 사이판과 체결한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의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사이판 측에서는 현재 한국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협약 재검토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르면 이달 말 예정대로 여행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사이판 양국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로 중단된 해외여행을 재개하기 위해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했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 방역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일반인의 여행 목적으로 국제선 이동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판과 협약에 따라 국토부는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부터 한국과 사이판 간의 트래블 버블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 시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래블 버블 합의에는 ‘서킷 브레이커’ 조항이 있다. ‘서킷 브레이커’란 양국 중 한 곳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 상대국에서 트래블 버블을 일시중단하거나 시행을 연기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만큼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 시행도 보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홍콩이 지난해 말 트래블 버블을 시행하려 했지만 홍콩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크게 늘어 시행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뉴시스에 따르면 사이판이 속한 마리아나 관광청 관계자는 “사이판 정부도 한국의 방역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검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트래블 버블을 일시중단하거나 연기를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관광수입 의존도가 큰 사이판은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고 유일한 희망”이라며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 협약을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주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현 방역 상황보다 더 악화된 상황을 고려해서 양국 간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상태로는 트래블 버블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사이판의 누적 확진자 수는 20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을 시작으로 자국 내 확진자 수는 더 늘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만 관광수입 의존도가 큰 사이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커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 시행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해 트래블 버블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 시행이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 시행에 맞춰 국내 항공사들도 이달 24일부터 사이판과의 항공기 운항을 재개한다. 여행업계는 이달 말까지 사이판의 여행 예약률은 아직 미비하다고 밝혔다. 다만 추석 연휴부터는 예약률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윤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