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봉쇄조치로 약물에 더욱 의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주범…불법 판매 늘어
올해도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줄지 않을 듯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모두 9만 3000여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망자들의 사망진단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적인 수치”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폭증한 이유로 코로나19를 지목했다. 자가격리와 봉쇄조치 등으로 고립감을 느낀 사람들이 약물에 더욱 의존하다가 숨졌다는 것이다. 또 방역·규제조치로 약물 중독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이 힘들어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은 오랜 사회 문제다. 2019년엔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7만 2000여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한 해 사이 29%가 급증한 것이다. 1년 사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2만 1000명이나 더 숨진 것도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브라운대의 공중보건 연구자인 브랜든 마셜은 “믿을 수 없는 인명 손실”이라며 “명백하게 코로나19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약물 중독자들이 헤로인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등 더욱 치명적인 마약·약물을 찾는 것도 문제다.
AP통신은 과다복용하는 약물이 한 때 처방전을 받은 진통제였다가 헤로인을 거쳐 최근에는 펜타닐로 대체됐다고 전했다. 암 환자 등의 통증 경감을 위해 개발된 펜타닐은 불법적인 판매가 늘고 있으며, 코카인·필로폰 등과 섞여 사용되는 실정이다.
CDC의 자료는 지난해 발생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의 60% 이상이 펜타닐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AP통신은 “지난해 더 많은 미국인들이 새롭게 약물 복용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면서 “증가한 사망자 숫자는 이미 약물에 중독됐던 사람들이 숨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망자 9만 3000명을 환산하면, 하루 당 250명 이상이 숨진 격이며, 시간 당 약 11명이 사망한 것과 같다고 비교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뉴햄프셔와 사우스다코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했다. 켄터키주에선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54%가 폭증했다. 2019년 1400여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는데, 2020년에는 2100여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에도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망자 숫자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 전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로드아일랜드의 경우 지난 1∼2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라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