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부동산시장을 망친 건 노무현·문재인정부”라며 자신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 실용적인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확장식 재정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경제 체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뜨리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 의원과 인터뷰했다. 윤 의원은 이번 주 중 주요 정책 공약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 출마 이유는.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은 생각의 각축장이다. 이런 기회에 양질의 생각을 국민에게 펼치고 설득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꽉 막힌 건 다음 세대에게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걸 뚫으려면 경제정책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재정 운용을 고쳐야 한다. 정치가 잘못되면 경제와 재정은 다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일은 내가 제일 잘할 것 같았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스타가 됐다. 부동산 문제 해법은.
“노무현·문재인정부 모두 집값 상승을 투기꾼 탓으로 돌렸다. 투기꾼이 문제니 세금으로 토해내게 하면 된다고 하면서 노무현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역사적 실패였다. 문재인정부도 공급에 아무 문제 없다며 노무현정부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갔다. 결국 부동산 문제에 실용적 접근 없이 투기꾼 탓만 하면서 국민이 적개심을 갖게 만드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일부 국민을 적으로 만들고, 계속 적에게 화살을 쏘게 만들었다. 그런 시원함은 잠깐에 불과한데 왜 자꾸 희생양을 만드나. 부동산정책은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고,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국민과 합의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무주택자, 생애최초자에 대해서는 대출을 훨씬 더 풀어줘야 한다.”
-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냈는데.
“기본적으로 빚을 내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너무 무서운 상황이다. 고령화 속도가 이건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고령화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 5명이 고령자 1명을 먹여 살리지만, 30년 후에는 일하는 사람 1명이 고령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폭력적인 고령화다. 그런데 지금의 양호한 구조 속에서 뒷세대 돈을 당겨와서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코로나 같은 재난에 삶이 내려앉은 사람들, 가게 문을 닫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떠받치는 건 공동체가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지출이다. 그러나 우리 기분 좋자고, 국민 위로하자고 빚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말 예외적인 충격이 아니면 빚을 내서 살지 말자는 거다. 국민의 선한 마음을 끄집어내는 게 좋은 정치인데, 지금은 굉장히 나쁜 정치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정치다. 공정이나 법치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법치 등이 우리 대선에서 시대정신으로 언급되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3포·5포 세대 얘기까지 나오는데 왜 우리 사회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건 그냥 절망 자체다.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은 아기를 기를 수가 없고,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젊은 층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이 있는데, 그게 없으니 결혼도 못 하고 연애하기도 찜찜한 상황이다. 그렇게 하면 사회가 안 굴러가게 된다. 이걸 해결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강조하셨는데.
“국민에게 빨리 연금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어떤 묘수를 써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서는 고갈을 막을 수 없다. 대선이라는 장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를 바꾸는 게 지도자의 일이다. 현재 고령자들은 낸 돈보다 많이 가져가지만 그 대가는 다음 세대가 연금 혜택을 못 받는 것이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 입장은.
“사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진짜 제일 일 안 하고, 해악을 미친 부서는 기획재정부다. 한 게 뭐가 있느냐. 돈 뿌리고 빚을 낸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기재부 없애자는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 결국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해법은 굉장히 다각적인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은정부론에 대한 입장은.
“작은정부론은 부처 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작은정부론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효율화다. 쓸데없이 민간에 간섭을 하느냐는 기능과 지출에 대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정부 기능도 거기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큰지 작은지에 대한 얘기보다 비효율이 굉장한 문제다. 정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서 민간을 옥죄지 않으면서 우리 국민을 앞으로 끌고 갈 것이냐가 문제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윤 전 총장이 점점 정제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30%가 넘는 국민이 그분에게 희망을 건다는 건 어마어마한 자산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윤 전 총장에게 기대로 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법치와 정의, 공정으로 승부하는 거고 저는 미래의 희망, 경제, 책임 있는 재정 이런 걸로 승부하겠다. 돈 뿌려서 자기들 패거리 잘 먹고 잘 사는 그런 정치는 그만하고 싶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요 공약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 지사의 주요 공약이 뭔지 모르겠다.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 중에서 기본소득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 근데 지금 그걸 할지 안 할지도 모르겠다. 이 지사의 스타일은 정말 일관된 카멜레온이고, 동그란 네모다. 일관된 건 일관되지 않다는 점밖에 없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분의 입장이 좀 정리가 돼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초선 의원으로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데.
“경험이 적다는 건 단점이 맞다. 근데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이 실패했지 않느냐. 청와대를 나갈 때 다 머리를 숙이고 나갔다. 정치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다. 정치 경험이 너무 많으니까 누군가를 챙겨줘야 하는 것이다. 스캔들이 가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용한 것도 다 신세 진 게 있고, 얽힌 게 있어서 아니겠느냐. 그런 게 정치를 오래 하면서 생기는 인연들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경험이 적은 게 단점이지만 장점이다. 나는 신세 진 사람도 없고, 챙겨줄 사람도 상대적으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저 사람은 정치적 계산에 의해 저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저 사람은 지금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저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국민이 갖고 있다. 그게 나의 경쟁력이다.”
-국민께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각종 개혁에는 충격이 발생하고, 그 충격을 감당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데 돈을 쓰면 안 된다. 빚내지 말자는 큰 원칙에 대해서 국민들께 얘기하는 정치가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정치가는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다. 국민께서 무조건 누군가를 편들지 않아야 하고, 누군가는 무조건 개혁꾼이고 무조건 도덕적이라는 선험적 믿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이용을 당한다. 책임 있는 정치가를 골라내는 선구안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으로 이런 역량이 늘어갔으면 좋겠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돌싱’임을 고백하셨는데.
“일부 언론에서 돌싱을 밝힌 걸 두고 ‘고백’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게 고백할 일인가. 왜냐하면, 각자가 자기 경험에서 실패의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 실패의 경험은 자기 자신한테 안쓰러운 거지 부끄러운 경험은 아니다. 숨길 일도 아니고 자랑할 것도 아니다. 근데 갑자기 고백이란 단어가 나왔다. 세상에 돌싱도 굉장히 많고, 재혼가정도 많아졌고 우리 사회가 굉장히 다양화되고 있다. ‘고백’이라고 하는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아직 다양성을 충분히 인지를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