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돌아온 싱글)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출연자들의 사연, 재치있는 입담과 에피소드로 버무려진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시청률 성적도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처음 전파를 탄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내가 키운다)는 다시 싱글이 된 엄마 배우 조윤희와 방송인 김나영 등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 김나영은 이혼 당시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나영은 “녹화하다가 중간에 현장을 떠나야 했던 날이 있었다. 숨고 싶었지만 숨을 수가 없어 용기를 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엄마’를 생각하면 편안해질 수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육아 철학을 전했다.
조윤희는 혼자 딸 로아를 키우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혼 후) 어떤 결정에 대해 혼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덤덤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서로 응원하며 기운을 북돋워줬다. 이날 분당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은 5%를 넘어섰다. 유튜브에 공개된 로아의 영상은 각각 22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중 앞에 나선 용감한 엄마들을 소개한 프로그램 티저 영상의 조회수도 10만회를 넘어섰다.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돌싱포맨)은 이혼을 겪은 네 명의 남자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들을 초대하며 일상을 공개하고 결혼관, 연애관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탁재훈과 이상민, 배우 임원희, 개그맨 김준호의 유쾌한 케미가 돋보인다.
13일 첫 방송에선 가수 송민호와 피오가 게스트로 등장했다. 임원희는 이들에게 “연애가 평지를 걷는 거라면 결혼은 오르막길을 함께 오르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 공감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이런 말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억이 추억으로 변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넷은 그 시간을 거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돌싱포맨의 최고 분당 시청률은 7.8%를 찍었다.
시청자들은 왜 돌싱들의 이야기에 채널을 고정할까.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4명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2.1명이다. 4명이 결혼할 때 2명은 다시 혼자가 된다. 이혼 인구가 늘고 가정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현상은 자연스럽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이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숨기려고 했지만 요즘은 결혼과 이혼도 하나의 선택으로 인식되고, 개인의 삶의 형태를 존중하는 분위기”라면서 “사회적 변화가 TV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 공감을 주고 있다. 이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순기능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