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이준석 비판하며 ‘통일부 폐지’엔 침묵…“존치 희망 표현”

입력 2021-07-14 13:4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북한이 14일 선전매체를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함께 띄운 ‘통일부 폐지론’에는 침묵해 자신들의 지원 창구인 통일부가 존치됐으면 하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년 넘게 국경을 틀어막고 있는 북한이 연일 식량난을 호소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제한적으로 봉쇄 해제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당선이 결정된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던 북한은 이날 선전매체 네 곳을 통해 이 대표 비판 기사 여러 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이 대표가 언급한 여가부 폐지를 집중 거론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재중동포 사회학자인 리명정 개인 명의 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까지 왕왕 거론하는 이준석과 국민의힘 주자들의 행태는 정치인들부터가 근대 이전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며 “‘여성 차별은 허상’이라는 이준석의 주장은 ‘홀로코스트는 허상’이라는 신나치주의자들의 궤변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측 언론을 인용해 “이준석의 한 달간 행보를 보면 목불인견”이라며 “여성 차별을 아예 드러내놓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의 메아리’도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을 언급하며 “이준석의 통솔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들은 그러나 여가부와 함께 언급된 ‘통일부 폐지론’은 건들지 않았다. 통일부의 공식적 맞상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까지 운운했던 북한이 통일부 폐지론을 외면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대북 지원을 담당하는 통일부가 내심 존치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은 전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곡물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고, 백신 등 필수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및 봉쇄 문제를 재차 거론해 제재가 주된 이유임을 피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하는 등 북한이 연일 식량 문제를 호소하는 데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9~10월 춘궁기도 다가오는 만큼 북한이 중국이나 국제기구로부터 식량 등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받기 위해 매우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식량난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다잡는 차원에서 8월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군사도발을 감행할 여지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내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군 안팎에선 8월 연합훈련이 3월 훈련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