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악의적 수사 유출 엄단”… 사건 공개 규정 강화

입력 2021-07-14 11:36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악의적 수사상황 유출행위를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수사단계별로 사건 공개범위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식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검찰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의 초·중기에 수사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동감찰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해 진행됐었지만 브리핑의 방점은 피의사실공표 방지를 위해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는 현재 형사사건공개심의위 의결을 전제로 해도 수사 중인 경우 공개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며 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공식적 공보 내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에는 수사 착수 또는 사건 접수사실, 대상자, 죄명, 수사기관 명칭,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정안에서는 공개할 수 있는 수사범위를 더 구체화 했다. 수사의뢰의 경우 피내사자 및 대상 기관 또는 기업, 죄명, 수사의뢰 기관, 수사의뢰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 있게 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 죄명, 피고소·고발인, 고소·고발이 접수됐다는 사실 및 일시만 공개가 가능하다.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압수수색 대상 기관, 일시 및 장소, 죄명을 공개할 수 있다. 출국금지는 출국금지한 사건관계인의 숫자 및 출국금지 여부, 소환조사의 경우 소환대상자와 일시 및 귀가 시간, 체포·구속의 경우 피의자, 죄명, 영장 기재 범위 내 혐의사실, 구속영장 청구 일시 및 발부 여부 등을 공개할 수 있다.

법무부는 공개가능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수사 단계별로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에는 ‘위원회 의결에 따라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고 폭넓게 규정됐던 것이 단계별로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의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를 피의사실 공표의 예외적 허용요건으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예방법위반 등의 범죄에만 해당 규정이 적용된다. 또 검찰 인권보호관은 수사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또는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전담해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피의사실공표 문제와 관련한 규정 개정은 결국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수사 등 정권 수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 후 ‘김학의 출금 사건’ ‘라임 사건’ ‘월성원전 사건’ ‘옵티머스 사건’ 보도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모두 정권 혹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사건에서는 수용자에 대한 불투명한 반복소환, 증언연습, 부적절한 편의제공 등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대검 감찰부로 이첩한 민원임에도 대검 인권부로 재배당이 시도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이례적 재배당이 이뤄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대검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를 통해 모해위증 교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