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만난 윤석열…“정권교체 못하면 ‘개혁꾼’들 더 판칠것”

입력 2021-07-14 11:19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진보 정치학계 원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 정권교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고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직격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2시간45분가량 오찬 회동을 했다고 윤 전 총장 측이 14일 밝혔다. 회동은 윤 전 총장 요청에 따라 성사됐으며, 주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해법이 논의됐다.

최 교수는 문재인정부 적폐청산에 대해 “촛불시위 이후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해온 개혁 방식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실현·발전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을 내건 개혁 열풍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관이 복원됐음을 말해준다”며 “이는 국정교과서 만들기와 다름없는 역사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다른 점이 있다면 진보 정치가들을 거의 입만 열면 개혁을 주창하게 만드는 ‘개혁꾼’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시킨다”고 밝히며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고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개헌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함께 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 권력을 하향·분산시켜야 하는 점은 맞지만, 정부 형태를 바꾸는 개헌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지금은 집중화된 대통령 권력을 하향·분산하는 개선책을 현행 헌법 틀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도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집중화된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교수님 지적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윤 전 총장은 국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학자인 최 교수를 만나면서 외연의 폭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최 교수와의 만남의 앞서 지난 9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만났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