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폭행한 친오빠와 한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19살 여학생의 사연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여학생은 부모가 가해자인 오빠의 편을 들어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자신을 19살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년간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한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모마저 오빠의 편을 들어 홀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청원 글은 14일 오전 10시 기준 3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부모님은 남매가 어릴 때부터 맞벌이했다. 오빠는 청원인에게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됐고, 두 사람은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로 두 사람이 한방에서 지내게 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A씨는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 성추행은 점점 대담해져서 성폭행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이 공사를 하고 있을 때 한 방에서 오빠와 같이 잠을 자는데 오빠가 뒤에서 저를 감싸 안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며 “‘오빠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실수였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 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을 하고 계속 자는 척 행동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는 척을 했다는 A씨는 “그 뒤로도 수십번 오빠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며 “이 추행들이 어떻게 폭행으로 바뀐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빠는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고, 오빠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가면 계속 따라 들어왔다”며 “문을 잠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부모님이 방문을 잠그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방문 손잡이가 없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9년 여름 친오빠를 고소했지만, 추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오빠를 옹호하는 부모의 태도에 더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오빠의 추행에 화를 내자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었다”며 “답답하던 제가 손목을 긋자 ‘주양육자’이신 아빠가 뺨을 두 차례 내리쳤다. 그 후 저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오빠와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는 가끔 제가 가진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그걸 건드리곤 한다”며 “아빠에게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드린 적이 한 번 있는데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였다”고 털어놨다.
A씨는 “부모님은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라며 “저는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저는 아직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글을 올리게 됐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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