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딸 살해한 친부 “아이가 잠 안자 범행 저질렀다”

입력 2021-07-14 10:21

20개월 딸을 마구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방치한 친부가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살해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29)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날 오후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범행 현장에서 달아났던 A씨는 도주 사흘 만인 지난 12일 대전 동구의 한 모텔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전날 늦은 오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어느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짜증나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건 당일 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아이가 밤에 잠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로 아이를 덮은 뒤, 주먹과 발로 수십차례 폭행하고 다리를 부러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차 부검을 진행한 결과 아이는 오른쪽 대퇴부 골절을 포함해 전신이 손상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왔다.

다만 시신의 부패가 심해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부위의 출혈 여부는 정밀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의문을 제기한 성폭행 여부는 국과수 부검결과 및 친모 추가 조사로 확인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며 “친부인지 정밀 조사하는 한편 아이 엄마에 대한 심리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쯤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아이의 외할머니로부터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집 화장실에 놓인 아이스박스 안에서 숨져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A씨는 아이의 외할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현장에서 바로 달아났다. 아이의 친모는 사체 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