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대권 레이스에 도전장을 던진 야권 군소주자들은 이름 알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왕년에는 유명세를 떨치던 인사들이지만 현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대어급 인사들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중앙선관위 대선 예비후보 등록에만 6000만원의 기탁금이 드는 ‘값비싼 도전’이지만 이들은 “기존 후보들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국민의힘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출마한 정치인들 모두 산업문명 시대의 정책 패러다임에 묶여 있고, 현안에 대한 해법이 없다”며 “저는 주택 문제, 청년실업 문제, 노후 불안 문제 해결은 물론 민족통일까지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뛰고 있다.
장 위원장은 평생을 재야에서 학생운동·노동운동·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며 한때 전국구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낮은 인지도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40대 이하로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장관 등을 지낸 이력도 없어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선에 7번이나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하며 주류 정치권과는 점차 멀어졌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저만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느냐”며 “여당도 누가 될지 모르고, 야권도 누가 될지 모른다.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1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안 전 시장은 재선 인천시장과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경험도 있다.
안 전 시장은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계속 문재인정권만 비판하는 게 과연 대선 국면에서 제대로 국민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력 주자들의 약점을 부각하면서 자신의 출마 명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에서 경험을 쌓아 실물경제에 강점이 있고, 종합 행정인 지방 행정을 인천에서 해봤다”고 말했다.
안 전 시장도 대선 주자로서 낮은 인지도의 벽은 실감했다. 그는 “제가 출마한 것 자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며 “그래도 전국적 인지도가 있었기에 언론에 노출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전 시장은 동명이인으로 창원시장과 4선 의원을 지낸 안상수 전 의원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예인 출신 의원 1호’인 홍성우 전 의원은 “국민의 잠자리와 하루 밥 세 끼는 책임지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나온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이 없어 보인다”며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30대 때 김대중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DJ 적자’ 장성민 전 의원도 이달 중 공식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장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외연 확장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장 전 의원을 영입해 대선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헌 손재호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