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1만 1300여명에 비해 두 배 급증
델타 변이·백신 접종 정체·독립기념일 행사가 원인
6월 코로나 전체 사망자 99% 이상, 백신 안 맞아
규제조치 피로감에 새로운 조치 꺼내기 힘들어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3주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급증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델타 변이’의 확산, 정체된 백신 접종률, 그리고 지난 4일 독립기념일 당시 미국 전국 각지에서 열렸던 대규모 행사 등 세 가지 이유가 결합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폭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미국에서 12일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2만 3600여명이라고 밝혔다. 3주 전인 지난달 23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1300여명이었다.
AP통신은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지난 몇 개월 동안 감소하다가 3주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어 “미국의 전체 50개주 중에서 메인과 사우스다코타 2개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지난 2주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국 남부와 중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의과대학의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CNN방송에 신규 확진자의 약 3분의 1이 플로리다·루이지애나·아칸소·미주리·네바다 등 5개 주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5개 주는 모두 백신 접종률이 48% 미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신을 최소 한 차례 이상 맞은 비율을 주별로 분석할 경우 남부의 미시시피(37%), 루이지애나(39%), 앨라배마(41%), 아칸소·테네시(43%), 조지아(44%), 사우스캐롤라이나(45%), 중부의 미주리·오클라호마(46%)가 50% 미만의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DC는 13일 현재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은 모두 1억 8450만 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의 55.6%라고 밝혔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 6월 코로나19 전체 사망자의 99% 이상은 백신을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국 각지에서 지난 3∼4일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가 열렸던 것도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대 의과대학의 빌 파우더리 박사는 “독립기념일 주말 이후 확진자들이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의 대도시들은 비상책 마련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와 세인트루이스는 백신 접종을 받아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들도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다시 쓸 것을 당부했다.
시카고는 코로나19가 급증한 미주리와 아칸소 주민 중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시카고를 방문할 경우 10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거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50개주 중에서 가장 접종률이 낮은 미시시피의 보건당국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우려해 백신과 관련한 일부 페이스북 포스팅을 차단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간의 코로나19 방역·규제 조치에 대한 피로감이 큰 탓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조치를 꺼내기 어려운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 남부·중부 지역에선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라이너 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으면서, 백신도 맞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그것은 백신을 맞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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