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더 주세요’ ‘연기합시다’…본경선 임하는 후보들 셈법

입력 2021-07-14 07:56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 캠프별로 진행 방식과 일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대선경선기획단(이하 기획단)에 접수되고 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TV토론회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후보별로 최대한 유리하게 토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는 중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충분한 답변 시간’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 지사는 ‘반(反)명 연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당 내 경쟁 후보들로부터 견제 1순위로 지목돼 있다. 예비경선 때도 다른 후보들의 질의는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 정책과 형수 욕설 논란, 배우 스캔들 등에 집중됐었다.

이 지사 측 ‘열린 캠프’는 이런 경쟁 후보들의 견제 자체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면서도 집중되는 질문에 자세히 답변할 시간을 얻지 못한 점에 대해선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14일 “기본소득 정책 관련 질문이 쏟아졌는데, 정작 답변할 시간이 30초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다보니 토론 자체가 ‘왜 말바꾸기 하냐’는 식의 말꼬리 잡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본소득이 전체 정책 구상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자초지종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제1공약이 아니다” “공약한 적 없다” 같은 이 지사의 답변을 둘러싼 피상적 공방밖엔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답변시간을 좀 더 늘려줄 것을 기획단에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했던 박용진 의원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박 의원은 “후보 개인별로 토론할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며 “상대방이 답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10분도 채 주어지지 않다보니 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토론회 방식 역시 1대 1 맞장토론을 비롯해 다채로워져야 하고, 현 방역 단계에서 TV토론회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만큼 토론회 횟수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 조직력이라는 약점을 전국으로 송출되는 토론회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방식보다는 일정 연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예비경선을 치르며 이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는 만큼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현재의 반등세를 지속, 막판 역전극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다른 후보들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경선 일정이 길어지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 의원 등 다른 후보들도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경선연기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중이다. 경선 연기 반대 입장인 이 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이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예비경선 전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기획단 측에 분야를 나눠서 토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추 전 장관 측 관계자는 “토론 주제가 나눠지지 않다보니 계속 같은 질문과 답변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 지사에 대해서는 기본시리즈 정책, 추 전 장관에 대해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과거 갈등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서 후보자의 비전이나 다른 정책을 소개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경선에서는 ‘검찰개혁’ 이미지만 강하게 부각되는 상황을 벗어나 대권 주자로서의 다른 면모를 선보이겠다는 추 전 장관 캠프 측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