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살해 동생’ 부모 “죽인놈도 내자식” 눈물로 호소

입력 2021-07-14 05:39 수정 2021-07-14 10:11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친누나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의 결심 공판에서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13일 오전 인천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상우) 심리로 친누나 B씨(30대)에게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를 받는 A씨(27·구속)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A씨의 아버지 C씨는 “피해자(B씨)와 피고인(A씨)의 부모에게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장 말에 법정 내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호소문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뒤 “지금은 저희 곁에 아무도 없는 두 남매의 부모”라고 운을 뗐다.

C씨는 “(딸이 사망한 후) 미치고 죽을 것만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다”면서 “저 못난 아들(A씨)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B씨)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딸은 부모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면서 “제가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지는 몰랐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C씨는 “착하고 성실해 말 잘 듣던 아들이 어떻게 그런 큰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면 너무 괘씸하다”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아들을 대신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라면서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C씨는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고 울며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고, 이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모친 역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누나 B씨의 옆구리와 가슴, 목 부위 등을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