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주말·휴일 검사건수 감소 영향으로 다소 줄었던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대폭 늘어났다. 지난주에만 사흘 연속 깨졌던 최다 기록이 다시 한번 경신되는 상황이다. 직전 최다 기록은 지난 10일의 1378명이다. 전날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이미 1500명을 육박하면서 기록이 경신됐다. 밤에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정까지 16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8월 중순쯤 하루 2300명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우려섞인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그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전파력이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내달엔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여 방역당국이 다각도의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5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1100명)보다 50명 늘었다. 월요일(발표일 기준 화요일) 확진자 수로는 최다 기록이다. 종전 최다였던 지난해 12월 29일의 1044명보다 106명 더 많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총 1440명으로, 직전일 같은 시간의 1007명보다 433명 많았다. 최다 기록은 이미 중간집계 확진자 수만으로도 깨진 상태다.
밤 시간대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는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최소 1500명대, 많게는 1600명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1212명→1275명→1316명→1378명→1324명→1100명→1150명이다. 8일 연속 1100명이 넘는 네 자릿수를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1주간 하루 평균 1251명꼴로 나온 가운데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1199명에 달했다.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도 전날까지 사흘 연속(1081명→10141명→10198명) 1000명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전국 3단계 기준(1000명 이상)에 진입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난 확진자 비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2주간(6.30∼7.12) 발생한 신규 확진자 1만4129명 가운데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조사중’ 비율은 30.5%(4316명)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30.3%→30.7%→31.3%→30.5%) 30%를 웃돌았다.
당국의 추적 및 관리가 어려운 ‘선행 확진자 접촉’ 감염 사례도 6762명으로, 47.9%에 달했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선행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20∼30대(546명 중 335명)와 40∼50대(654명 중 395명) 청장년층의 경우 60% 이상이 동일 연령대와의 접촉 과정에서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활동 영역을 공유하는 가까운 친구·지인·동료 사이에서 감염 전파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델타 변이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1주간(7.4∼10) 국내에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주요 4종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는 536명이다. 이 중 델타 변이가 전체의 69.8%(374명)를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델타 변이 검출률이 6월 다섯째 주 12.7%에서 7월 첫째 주 26.5%로 배 이상 늘었다. 다만 누적 3353건의 주요 변이 감염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아직은 알파 변이가 240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델타 변이 790건, 베타 변이 143건, 감마 변이 13건 등의 순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어떤 종 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우점화’ 경향을 놓고 보면 아직 델타 변이는 (우점화에) 맞지 않다”면서도 “다만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8월쯤에는 우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세 자체가 감염력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산 속도를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총 감염을 억제하는 것이 결국 변이 억제 대책과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 공방도 연일 뜨겁다. 정치권을 비롯해 일각에선 정부가 델타 변이 확산 우려에도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내보내 경각심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해 예방접종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원죄론’도 다시 부각됐다.
4차 유행의 정점이 아직 멀었다는 전망 속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1500명, 나아가 2000명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지며, 방역 책임 공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조차 유행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며 "방역 완화 움직임으로 4차 유행을 야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연일 공세에 나섰다.
야당은 특히 방역 완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확립에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면서 기 방역기획관의 “백신 도입이 급하지 않다”는 발언을 다시 문제 삼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짧고 굵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싶은 것이 정말 진심이라면 이제라도 야당과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방역 실패 실무총책임자인 이진석(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모란 두 사람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로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국민에게 확인시켜달라”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방역 완화 움직임으로 인한 유행 확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새 거리두기 개편안이 ‘집단지성의 결과’라며 기모란 방역기획관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고 감쌌지만, 의료계 현장의 판단은 다소 달랐다.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 감염병 전문가 A씨는 “(기 방역기획관이) 생활 속 거리두기 개편안 주장을 계속해 왔는데, 전문가들은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계속 제기했는데도 도입됐다”며 “누군가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호흡기 감염 전문가 B씨도 “질병관리청에서는 방역 완화가 시기상조라고 계속 발표를 했는데 방역이 완화됐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옥상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질병관리청 중심으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각 시·도에 적용할 거리두기 단계 및 방역 조치를 발표한다. 이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새 거리두기의 중간 단계인 2주간의 ‘이행 기간’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지역별 유행 상황에 따라 이행기간 연장 또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 여부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