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국화’ 수순 밟는 마카오…민주파 “홍콩보다 끔찍”

입력 2021-07-13 18:13
마카오의 명소인 성바오로 성당. 바이두 홈페이지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가 홍콩의 길을 가고 있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민주 진영 싹이 마른 것처럼 마카오에서도 민주파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그나마 약했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마카오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안토니오 응 의원은 13일 홍콩자유언론(HKFP) 인터뷰에서 “우리는 선거법상 어떠한 요건도 위반하지 않았고 마카오 정부와 기본법을 지지하지 않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100%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마카오 의회인 입법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오는 9월 열리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돌연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앞서 마카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후보 자격 심사를 벌여 총 21명에 대해 출마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마카오 기본법을 옹호하지 않고 중국의 일부인 마카오 특별행정구에 충성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마카오의 3대 민주 정파 후보자 모두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발표는 예고 없이 이뤄졌고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탕샤오펑 마카오 선관위 주임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제공한 자료를 심사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마카오는 중국 본토 주민 비중이 높고 애국주의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져 기본적으로 친중 기조를 보여왔다. 영국의 통치를 받은 홍콩에서 반중 정서가 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카오는 2009년 기본법에 근거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이듬해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홍콩 당국은 2003년부터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반대 시위에 부딪쳐 무산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나선 뒤에야 보안법 제정 및 시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과거 광둥성에 속해 있던 마카오는 1887년 12월 포르투갈에 점령당했다가 1999년 12월 중국에 반환됐다.

응 의원은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그는 “이번 조치가 정치적인 결정이라면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당연히 홍콩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홍콩에서는 자격 박탈이 흔하고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 의원은 또 “홍콩에서는 선거법이 개정됐지만 마카오에서는 법이 바뀌지도 않았다”며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됐던 일들이 갑자기 기본법이나 정부에 대한 불충 증거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또다른 의원 아우캄산은 “마카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민주 진영의 출마를 허락한다’ 증거로서 일부 인사의 출마를 바랄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카오의 상황이 홍콩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카오 입법회 의원 선거는 오는 9월 12일 실시될 예정이다. 의석은 총 33석으로 이중 직선제로 선출되는 자리는 14석이다. 이중 민주 진영은 2~3석을 유지해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