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가도에 뛰어든 지 2주일이 지나도록 지지율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출마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감지되지 않는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 등 악재도 있었지만 “내 길을 간다”는 그의 독자행보가 민심에 닿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와 중보·탈진보까지 아우르는 ‘빅 플레이트(큰 그릇)’ 구상을 내걸고도, 아직 보수지지층 결집 단계에 머물고 있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
13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윤 전 총장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열세를 보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10~11일 전국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지율은 43.7%를 기록해 윤 전 총장(41.2%)보다 높았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윤 전 총장이 1대 1 대결에서 이 전 대표에게 밀리긴 처음이다.
윤 전 총장(42.2%)은 이재명 경기지사(41.5%)와의 양자대결에선 다소 앞섰지만, 지난달 26~27일 같은 기관 조사에서 8.2%포인트나 앞섰던 것에 비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은 정치 활동 개시 이후 줄곧 ‘반문(반문재인) 선봉’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데 무게를 뒀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는 이름으로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전공생, 스타트업 대표, 식당주인, 부동산중개업자 등을 만나고 있지만 사후자료 형식으로 내놓은 메시지는 문재인정부 정책 비판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세력과 명분을 쌓는다는 전략도 결과적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이) 진보와 탈진보까지 포함해 중원을 향해 갈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 통합 얘기는 없고 분노만 표출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정치적 기반이 약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서둘러 감동을 주는 정책이나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심의 조류는 후보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지지율에 민감해진 듯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 중단을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PNR 측은 머니투데이 의뢰로 3월 28일부터 매주 일요일 대통령후보 적합도 등을 내왔는데, 지난 11일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PNR 조사에서 4월 이후 줄곧 큰 격차로 지지율 1위를 지켜왔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 등의 항의가 조사업체·발주처 등에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백주대낮에 정치적 압력을 가해 여론조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의 룰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머니투데이 측은 “어떠한 외부의 압력이나 개입이 없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지호일 손재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