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민생고에 팬데믹, SNS가 불붙인 쿠바 반정부시위

입력 2021-07-13 17:30 수정 2021-07-13 17:53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쿠바 출신 집단 거주지역 '리틀 아바나'에서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날 쿠바 전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식량·전력난마저 심화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정부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공산국가 쿠바에서 27년 만에 벌어진 이례적인 대규모 반정부시위는 고질적 민생고에 코로나19 확산, 소셜미디어(SNS) 보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쿠바 정부는 SNS를 차단하는 한편 미국과 ‘네탓’ 공방을 벌였다.

영국 BBC는 12일(현지시간) 아바나 산티아고 등 대도시뿐 아니라 소규모 마을에도 시위가 확산한 것은 쿠바에 축적된 분노의 수준이 예상보다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1961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로 경제난을 겪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전보다 강력한 경제제재에 직면했다. 쿠바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미국의 금수 조치로 인한 피해액이 55억7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쿠바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관광업은 사실상 붕괴 수준으로 내몰렸고 주요 수출품인 설탕도 생산량이 크게 급감했다. 경제 전문 정보 매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쿠바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최근 쿠바 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24만5000명에 달하며 일일 신규 확진자는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세진 민중의 분노는 SNS를 타고 증폭되고 있다. 시위가 열린 지난 11일 각종 SNS에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독재 타도” “자유” “조국과 삶” 등의 구호를 외치는 영상들이 ‘SOS쿠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다. 쿠바에서는 2018년부터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다.

당국도 이를 의식한 듯 SNS를 차단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의 디렉터 앨프 토커는 이날 AP통신에 “시위 확산 이후 쿠바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SNS가 접속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이례적 반정부 시위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시위에 대해 “미국이 쿠바의 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경제적으로 옥죄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쿠바 국민은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쿠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나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