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속타는데…지원금 혼란만 부추기는 정치권·정부

입력 2021-07-13 17:21
송영길(왼쪽)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여부를 놓고 당정은 물론 여야 간 충돌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오히려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여야 대표 합의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번복된 데 이어 13일에는 이를 두고 여야 간 감정 섞인 비방전도 벌어졌다. 여기에 재정당국 수장이 국회 추가경정예산 논의과정에서 여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대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안 번복에 대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별지급과 선별지원이 저희 당론”이라며 당내 반발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울산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 후 “합의가 잘 됐는데 야당 내부 반발이 안타깝다”며 “이준석 대표를 윽박지르는 것은 올바른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대표 간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 되겠느냐”며 “송 대표를 만나 귤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만에 귤맛을 잃고 탱자가 됐다”고 비꼬았다.

이 와중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여당 요구를 정면 반박하며 전선을 넓혔다. 홍 부총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의 전국민 지급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고민해서 만든 틀(추경안)이 국회에서 존중됐으면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충돌도 재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현행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전국민 지급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선별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여기에 여야 대권주자들까지 전국민 지급안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의힘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여야 대표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맞다”며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준석 대표를 향해 “판단이 실망스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재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여당 역시 물러설 기색이 없는 분위기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여당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며 “(재난지원금을) 주고도 욕 먹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14일부터 에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재난지원금 등 추경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오는 23일까지는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당정은 물론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7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