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사업 신고 기한을 앞두고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서둘러 자금 세탁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실명 확인 계좌 발급이 담보된 거래소가 전무한 상황에서, 일단 은행권의 위험 평가 기준에 맞춰 구색이라도 맞추기 위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에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전달한 후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속속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과 고객 센터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플라이빗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12일부터 고객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플라이빗 관계자는 “실명 계좌를 획득하진 못했지만, 특금법 신고 전에 최대한 관련 시스템을 강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후오비코리아는 이달까지 인천, 수원에 고객센터를 열고 이후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까지 넓혀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자금세탁방지 업무 담당 직원들도 채용했다. 이 외 포블 게이트, 텐앤텐 등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경우, 빠른 곳은 지난해부터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했고 최근에는 은행권 평가에 대비해 막판 준비를 하고 있다. 빗썸은 이날부터 해외 거주 외국인의 신규 회원가입을 제한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증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4대 거래소는 지난달 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 룰(암호화폐 전송 시 사업자가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토록 한 규정)’ 공동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4대 거래소의 실명계좌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을 특금법 신고 기한인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위험 평가 기준부터 선제적으로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실명계좌 확보는 (신고를 위한) 마지막 단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의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은 뒤늦은 감이 있다. 블록체인협회는 이미 2017년 말 암호화폐 관련 범죄 예방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업계가 자율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정했었는데, 이후 답보 상태가 이어져 왔다.
한편 비트코인 포함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거래소의 거래 규모도 대폭 감소하고 있다. 이날 암호화폐 시장분석 사이트 ‘크립토컴페어’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의 6월 암호화폐 거래량은 전월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국내 거래량 1위 업비트의 거래 규모는 올해 최고치(지난 5월 17일, 약 40조원)에 비해 이날 5조3000억원 가량으로 80% 이상 하락했다(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게코’ 집계).
시장 횡보세가 지속되자 올해 처음으로 선물시장이 현물 규모를 추월했다.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선물 거래 규모는 3조2000억 달러로, 현물(2조7000억 달러)보다 5000억 달러 많다. 일부 투자자들이 극심한 등락폭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고수익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민아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