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싸우는 소방관 전문병원 생긴다

입력 2021-07-13 16:37 수정 2021-07-13 19:24
국립소방병원 조감도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물류센터화재와 30일 울산에서 발생한 상가건물 화재에서 소방관 두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공무원들은 재난현장의 특성상 위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화재는 물론 구조·구급, 생활안전 등 각종 크고 작은 재난현장에서 잦은 부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신체 및 정신건강 이상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13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화상과 골절, 인대파열 등 대부분 근골격계의 주요 상병으로 총 3813명, 연평균 763명의 공무상 부상자가 발생했고,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 중 22명이 순직했고 PTSD나 우울증 등으로 5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0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이 제공한 공무원연금 수급권자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을 보면 소방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70세로 한국인 기대수명인 81.8세보다 11.8세가 낮다. 연금수급권자의 평균수명인 77세보다도 7세가 낮아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 중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근무환경이 위험하고 열악하다는 얘기다.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현황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수건강검진 설문조사 결과 전체 소방공무원의 25.8%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으며, 28.3%는 알코올 장애, PTSD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소방공무원 비율도 각각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런데도 소방관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경찰병원 또는 지역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에 대한 전문의료서비스 제공 등 체계적인 건강관리에 한계가 있어 소방공무원의 직무환경과 주요 상병에 특화된 소방전문의료기관 설치·운영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지난 1월 12일 국립소방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데 이어 13일 시행령이 마련됐다.

시행령에 명시된 진료대상은 소방공무원과 의무소방원, 의용소방대원, 소방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훈련 중 부상 또는 공무상 질병을 입은 사람, 소방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소방공무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소방공무원으로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사람 등이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유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공무원 등도 진료대상에 포함됐다.

사업예산 1900여 억원을 투입해 화상·근골격계재활·정신건강·건강증진센터, 소방의학연구소 등 4센터 1연구소를 중심으로 19개 진료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총 302병상 규모의 특화된 소방전문종합병원으로 건립된다. 지난달까지 기본조사설계를 마쳤고 현재 실시설계와 건축 인·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오는 10월까지 건축설계를 최종 마무리하고 내년 3월에 착공, 2024년 말 개원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한다.

소방청은 국립소방병원이 설립되면 전문치료부터 재활 및 심신안정에 이르기까지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방공무원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 및 응급의료서비스도 제공, 지역사회 거점 종합병원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