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물류센터화재와 30일 울산에서 발생한 상가건물 화재에서 소방관 두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공무원들은 재난현장의 특성상 위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화재는 물론 구조·구급, 생활안전 등 각종 크고 작은 재난현장에서 잦은 부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신체 및 정신건강 이상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13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화상과 골절, 인대파열 등 대부분 근골격계의 주요 상병으로 총 3813명, 연평균 763명의 공무상 부상자가 발생했고,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 중 22명이 순직했고 PTSD나 우울증 등으로 5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0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이 제공한 공무원연금 수급권자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을 보면 소방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70세로 한국인 기대수명인 81.8세보다 11.8세가 낮다. 연금수급권자의 평균수명인 77세보다도 7세가 낮아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 중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근무환경이 위험하고 열악하다는 얘기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수건강검진 설문조사 결과 전체 소방공무원의 25.8%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으며, 28.3%는 알코올 장애, PTSD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소방공무원 비율도 각각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런데도 소방관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경찰병원 또는 지역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에 대한 전문의료서비스 제공 등 체계적인 건강관리에 한계가 있어 소방공무원의 직무환경과 주요 상병에 특화된 소방전문의료기관 설치·운영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지난 1월 12일 국립소방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데 이어 13일 시행령이 마련됐다.
시행령에 명시된 진료대상은 소방공무원과 의무소방원, 의용소방대원, 소방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훈련 중 부상 또는 공무상 질병을 입은 사람, 소방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소방공무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소방공무원으로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사람 등이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유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공무원 등도 진료대상에 포함됐다.
사업예산 1900여 억원을 투입해 화상·근골격계재활·정신건강·건강증진센터, 소방의학연구소 등 4센터 1연구소를 중심으로 19개 진료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총 302병상 규모의 특화된 소방전문종합병원으로 건립된다. 지난달까지 기본조사설계를 마쳤고 현재 실시설계와 건축 인·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오는 10월까지 건축설계를 최종 마무리하고 내년 3월에 착공, 2024년 말 개원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한다.
소방청은 국립소방병원이 설립되면 전문치료부터 재활 및 심신안정에 이르기까지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방공무원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 및 응급의료서비스도 제공, 지역사회 거점 종합병원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